대학수학능력평가는 이미 학력고사가 되었다

학력고사의 폐단을 없애고, 단순 암기식 지식습득에서 창의력과 문제해결력을 길러 대학수학에 필요한 능력을 가졌는지 평가하겠다는 목적으로 대학수학능력평가(이하 수능)가 도입되었다. 대학은 수능의 결과를 보고, 대학수학이 가능한 최소한의 자격을 파악하여, 대학별 고사와 면접 등을 병행함으로써 원하는 인재를 뽑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점수를 상대평가화 하고, 등급제로 나누고, 심지어 평가과목을 골라서 보는 기형적인 방식이 계속 더해지면서, 이미 수능의 취지는 사라지고 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이 되어버렸다. 수능 문항의 패턴을 마스터하는 학원교습법이 TV에 등장하고, 마치 이것이 높은 수준의 고차원적 교육의 모습이며, 이런 전문강사들의 신격화를 정점으로, 한국교육의 가치와 교육과정까지 모든 역사와 족보가 꼬여버렸다. 계급형성, 상호경쟁, 서열화, 양극화, 불평등, 기회불균형, 승자독식 같은 암세포들이 교육의 구석구석에 자리잡았고, 시한부의 삶을 겨우겨우 살아가고 있다. 적어도 한 세기동안은 교육의 본질, 인간성의 회복은 커녕, 과거로도 온전히 돌아갈 수 없게 되어버렸다.